
나는 남의 부탁을 거절하는데 익숙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 부탁이 반복적이고 습관적이지 않았다면 대부분 그 부탁을 들어주는데 최선을 다한다.
"뭐 그 부탁 들어 준다고 내가 죽는건 아니니까"
모토라고 하기엔 조금 이상한 말이 되겠지만
무슨 일을 할 때면 늘 이 생각을 한다.
'그래 조금 피곤하고 귀찮을 뿐이야. 죽을 만큼 아프지도, 죽지도 않잖아.'
이러다 보니 아이에게 무언가 가르칠 떄도 이 말을 나도 모르게 자주 하는편이다.
시연아... 파를 먹는다고 갑자기 이가 부러지는 건 아니잖아.
입에서 피가 나는 것도 아니고
혀가 굳어 말을 못하게 되는 것도 아니야.
심지어 절대 죽지도 않는다고.
니가 안먹는다고 계속 투정하면 아빠가 뒷목잡고 쓰러질지도 몰라.
한번 먹어보고 이거 먹으면 죽겠다 싶으면 언제든 뱉어.
...라는 말도 않되는 교육을 하곤 한다. 물론 이 방법이 매번 통하는 건 아니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려는데 ...
낯선 할머니 한분이 주소지를 들이대며 위치를 물어 보셨다.
동사무소 직원도 아니고 내가 주소지만 대면 집의 위치를 알수는 없다.
바람은 차고 날은 어둡고, 결국 할머님을 잠시 기다리게 하고 스쿠터를 타고 문을 닫지 않은 배달집을 찾아 나섰다.
치킨집을 들어가 위치를 물어 보려 했으나 이 동네 오늘 전부 치킨만 시켜 먹는 것인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분위기에 차근차근 물어 볼 수도 없어 결국
몇 군데를 돌아 중국집에서 그 위치를 상세히 묻게 되었다.
집의 위치는 알았으나 할머니에게 위치를 전해 드리는 것도 문제고
또 가고자 하는 집이 노인으로서 걸어가는게 힘이들 언덕 위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작은 스쿠터에 할머님을 태우고 집 앞까지 모셔다 드릴 수 밖에 없었다.
내 생각 이상으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분께 내가 겨우 한다는 소리가....
- 괜찮아요 할머니.. 이정도 했다고 제가 뭐 큰일 당하는 것도 아니고요.
집으로 향하는데...불편한 생각이 든다.
언뜻 보니 자식의 집에 방문 하시는거 같은데...왜 전화 연락이라도 미리 해서 마중나오라고 하지 않으셨을까.
왜 그집 자식들은 어머니가 찾아 오시는데 마중조차 안나오는 걸까.
적어도 이런 날씨에 죽는게 아니라면...마중은 나와야 하는게 아닐까?
내 자식은 잘 길러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