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아들의 논산 육군훈련소 입대를 지켜보면서 느낀 소회를 이곳에 남기고자 합니다.
동료중엔 다분히 사적인 이런것도 블로그에 올리나며 “참 별나네”라고 하신분도 계십니다.
원래 제가 좀 별나긴하죠ㅎㅎ
하지만 아버지로서의 생각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아들에게는 힘든 군생활이 긴시간으로 느끼겠지만, 제대후에 그 보다 수십배 긴 인생에 있어 어쩌면 나름 의미있는 기록이 되어 줄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같은 자식을 둔 부모님들께는 일부 정보로서의 가치도 분명 있다고 판단되기에 입소하는데 준비해야 할 사항을 중심으로 적어 보았습니다.
따라서 다분히 개인적인 포스팅으로 소회와 정보가 두서없이 뒤섞여 있더라도 감안하시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훈련소에 두놈이나 보내보니 수학능력시험을 치루는 수능생의 준비와 다를 바가 아니더군요.
다 아시는 것이지만 몇 가지 얘기해 보겠습니다.
첫째, 입대전날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 친구(특히 여자친구)와 밤늦게까지 보내고 정작 가족과는 소홀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다음 날 입소에 지장을 많이 주게 됩니다.
물론 일찍 잠들면 부모로선 더할 나위 없이 고맙지만 편히 잠이 올리가 없겠죠.
그래도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얘기를 나누다가 잠자리 든다면 입소 당일에 몸이든 마음이든 한결 가벼울 것입니다.
괜찮다는 듯이 애써 웃어 보이는 것일까….입소 두 시간여를 남겨두고 아직까지는 여유로운 막내.
둘째, 특별하기보다는 평소의 방식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족들, 특히 부모의 마음이야 입대하기 전에 맛있는거, 먹고 싶은 것을 맘껏 먹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그 이상이죠.
하지만 입소전날저녁이나 당일아침에는 평소에 먹던 식단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신경이 곤두 세워져 있고 불안한 상태에서는 평소음식조차도 제대로 소화될리 만무합니다.
입소당일에 속이 안좋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저희는 소고기국을 준비해두었지만 막내가 평소 아침을 먹지 않는지라 결국 빈속(ㅠㅠ)으로 출발했습니다.
교통편은 막내의 사촌형이 승용차를 이용해 함께 가기로 했지만 입소당일 아침에 급한일로 취소되는 일이 발생해 바로 KTX를 이용해 이동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열차시간표를 알아두고 대응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역시 평소 하던대로가 좋습니다.
참고로 기차를 이용해 육군훈련소를 간다면 논산역에서 하차해야 합니다.
셋째, 주변의 조언은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입소가 가까워질 수록 주변의 조언은 많아 지지만 오히려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입소자의 귀와 마음은 점점 닫혀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조언이 조언으로 들릴까 싶어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큰애가 입대할 때도 가능한 조언을 자제하고 그저 들어갈 때 그 모습 그대로 나오라고만 했었죠.
그도 그럴것이 이미 낡을대로 낡은 30년이 지난 아빠의 군생활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오랜 기억을 더듬어서 만든 조언이란것이 얘기하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영웅담으로 그럴듯하게 바뀌어 있기가 일쑤지 않던가요?
그보다는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해주어 군생활중 스스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쪽으로 유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정문에서 연병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부대관계자가 나눠주는 안내장으로 수료일정을 비롯해 쓸만한 내용이 나와 있으니 한장씩 받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저 멀리 실루엣으로만 알 수 있는 아들. 아빠를 찾고 있는 것일까요….
부모들 대부분이 훈련소에서 자식의 개인소지품을 받았을 때가 가장 힘들다고들 하죠.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엔 큰애가 입대할 때나 막내가 할때나 연병장으로 들어갈 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것이 가장 힘들더군요ㅠㅠ
무슨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처음엔 우리아들의 표정만 보고 너무 안타까웠는데요.
입대하는 모든 젊은이들, 남의 자식들의 표정도 들어 오기 시작하더군요.
이것이 나만의 아픔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넷째, 훈련소의 주변보다는 논산시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더군요.
이글을 훈련소의 주변에 있는 업주들이 싫어하시겠죠?^^
제가 매출에 반영될 정도로 영향력이 있지는 않으니 걱정안하셔도 될 것입니다.^^
이미 입소당일의 육군훈련소를 방문해 보신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훈련소앞은 호객행위를 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외지인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느 곳인들 안그러겠습니까마는 살짝 시선만 줘도 이내 부담스럽게 다가섭니다.
또한 제가 들어갔던 업소에서는 치우지 않은 테이블이 너무 많아 먹는데 불편했는데, 이는 일단 주문에 집중하고 정리는 손님이 급감하는 입소시간 이후에 몰아서 할 요량으로 보이더군요.
논산 육군훈련소는 논산역에서 택시로 약 15~20분 소요되며, 요금은 약 15,000원정도 나옵니다.
입소시간이 가까워져도 정체되지 않을 정도로 도로사정은 좋더군요.
입소는 보통 2시인데요. 논산시내까지 12시이전에 도착하여 식사하시고 조용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입소 당사자에게나 배웅하는 입장에서나 맘이 편할 듯 합니다.
돌아가는 길의 기차역은 맑은하늘 만큼이나 무심하다.
다섯째, 훈련소에서는 미리 나오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연병장에 모이게 되면 거수경례와 선서 등 간단한 입소식 예행연습이 있습니다.
약10분간의 예행연습이 끝나면 바로 본입소식이 진행되며, 본입소식에는 부대장의 입소환영사가 추가되어 약 20분간 진행됩니다.
저같은 경우엔 대중교통을 이용해 논산육군훈련소까지 이동했기 때문에 나올 때도 택시 잡는것이 걱정이었습니다. 어차피 서로 보이지도 않은 곳에서 서있는데 마음만 안타까울뿐이라 본입소식이 시작되고 약 5분후에 서둘러 입소식을 빠져나왔는데요.
입소식이 끝나면 한꺼번에 빠져나오려는 사람들과 승용차로 상당히 혼잡하기 때문에 좀 더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입소자 약 1,800여명에 함께 온 사람을 두사람씩만 잡아도 4천여명은 될텐데….이 정도 인원이 한꺼번에 빠져 나오게 된다고 생각해보세요.
군생활처럼 다른 세계로 통하는 길일까요? 그날따라 이런것 조차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되더군요.
여섯째, 카메라를 준비하세요.
사진이야 핸드폰으로 찍어도 상관없지만 연병장에 있는 훈련생을 찾고 찍을 수 있으려면 가능한 줌기능이 클수록 좋습니다.
입소식때 카메라가 있으면 단점도 있습니다. 바로 아들의 아타까운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료식때에는 카메라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늠름하게 변한 모습을 입장때부터 담으실거라면 휴대폰보다는 카메라를 권장합니다.
남는건 사진밖에 없다고 동영상속에 담긴 아들의 믿음직한 모습을 보시면 제대할 때까지 좀 더 안심하고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요?
돌아가는 길의 논산역은 쓸쓸함마저 든다.
막내를 입소시키고 돌아가는 길은 마음이 무겁더군요. 애지중지 키운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한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어쩌면 오히려 미안해서 더 그런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비는 첫날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면 찾아 옵니다.
‘이놈 잠은 잘 잘려나….’
아마도 아빠가 요란하다 하신분들도 계시겠죠?
때론 부모에게 버릇없이 굴땐 군대나 빨리 갔으면 하던 때도 있었고, 연병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여친만 챙기는 것이 이내 서운하기도 했는데 말이죠.
아들이나 부모나 시간이 다 해결해 주겠죠?
아들을 군에 보내고 걱정하시는 이 땅의 모든 부모님들을 응원합니다.
다들 힘내시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