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네요.  한해가 또 저물어 가고 한살을 더 먹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나이가 드니 세월의 흐름을 인식할 수 있는 명절이나 기념일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데요. 한해의 끄트머리에 있는 김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요즘은 많은 가정에서 김치를 사먹게 되었지만(우리집은 그 선구자에 속하죠^^)  아직도 김장이란것이 우리네 일년 중 중요한 행사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죠.

김장을 예찬하시분 중엔 철학까지 끌어오지만 저는 선조들의 ‘지혜’만으로도 김장예찬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조촐하지만 멋진 점심차림입니다.

어제 선배로 부터 구입한 김치와 누나가 올해도 어김없이 보내주신 김치가 경쟁하듯 도착했습니다.

그럼 김치언박싱을 해볼까요?

택배박스를 풀기가 무섭게 한가닥씩 찢어 맛을 봅니다. 작년엔 누나 김치가 압도적으로 맛있었는데, 올해는 친족어드밴티지를 극복하고 선배김치가 ‘매우만족’ 완벽하군요ㅎ

그래서 오늘의 상차림은 선배김치로 간택했습니다. 누나 미안해요~설마 내 블로그 보진 않겠죠?^^

김장김치하면 생각나는건 보쌈수육이죠? 막걸리까지 있다면 완전체가 되겠지만 아쉬운대로 기본만 갖추기로 했습니다.

 

 

참~ 때깔좋죠? 눈까지 즐겁네요. 입속의 침들이 자기들도 맛좀 보자고 재촉합니다.

정성껏 가꾼 배추를 밭에서 캐와 일일히 다듬어 쪼개고, 소금간을 한다음, 다시 또 씻기를 몇 번. 유독 김장김치는 다른 김치에 비해 손과 힘이 많이 가기에  집안의 남녀노소는 물론 동네사람의 품앗이까지 구하기도 합니다.

말끔하게 목욕재개한 절임배추에 코디네이터처럼 양념을 하나씩 정성껏 입혀주고 끝매무새까지 만져주면 비로소 김장독에 들어갈 자격이 생깁니다.

 

김장김치를 오랫동안 보관할 김장독구덩이는 남자들의 몫입니다.

지금이야 김장독 대신 김치냉장고가 이를 대신하고 있지요. 이 김치냉장고의 대명사가 된 ‘딤채’가 김치의 옛말이란 건 그리 놀랍지는 않은 사실이죠.

다른 집안일에는 거드름을 피우던 남정내들이 이 때만큼은 소매를 걷어 붙이고 땅을 파고 김치독을 나르며 사내임을 증명하려 애씁니다.

이처럼 김장은 남자들의 협업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 여성의 손이 훨씬 많이 가는 것은 부정할 순 없습니다.(혹시 이 글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압색하여 저의 젠더인식을 따지지 않겠죠?)

 

공교롭게도 한분은 감말랭이를, 한분은 곶감을 덤으로 보내주셨네요.

누님, 선배님 잘먹을께요~

직장상사로, 때론 선배로 친동생처럼 대해주신 강호형~ 사랑해용! ♡♡ 내년에는 저희들도 도울께요~